도대체 일출이 뭐길래…

[오종찬 기자의 Oh!컷]

이맘때면 일찌감치 해돋이를 보러 바다로 향하는 이가 많다. 일출로 유명한 동해안 정동진 바닷가. 백사장의 새벽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깜깜한 새벽부터 하나둘 모여들더니, 일출 시각인 7시 30분이 가까워지자 100여 명이 해변에 일렬로 섰다.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고 설상가상으로 낮에 눈이 내릴 것 같다는 예보도 있었다. 그런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침 해를 기다려본다.

예정된 일출 시각이 지났다. 바다를 향해 서 있던 사람들 표정이 하나둘 굳어진다. 날은 환해졌는데 8시가 넘어가도 수평선 위에는 회색빛 구름만 가득하다. 실망한 표정으로 너도나도 백사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바닷가에는 이제 열 명쯤 남았다. 그때였다. 하늘이 조금씩 열리면서 회색 구름 사이로 빼꼼히 내민 빨간 아침 해 한 조각. 끝까지 남아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그제야 미소 짓는다. 범선 모형 뒤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둥근 아침 해를 상상하며 이곳에 왔던 나도 '그나마 이게 어디야' 하는 마음으로 셔터를 눌렀다. 돌아가는 길에 깜깜한 새벽을 헤치고 이곳으로 온 이유를 생각해 보다가 웃음이 났다. 도대체 일출이 뭐길래.

조선일보   오종찬 기자                                                2018.12.15.